서부여행을 마치고
김동완
{{ 서부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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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부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때로는 고등학교시절,
미국에 계신 선배들이 당시 흔하지 않은 복사기를 기증해 주셨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조회시간에 소개를 하실 때, 내 머리 속에 떠올랐던 미국에 대한
동경심부터 여행경비 때문에 느껴야 했던 고충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슴 설레이는 일이었다. L.A, San Francisco, San
Diego 등 듣기만 하여도 귀가 따가운 이름들이다. 사실 집안에 미국에 살거나
다녀온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처나 나나 미국이란 부럽고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더구나 어쩌면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곳만 같았던
나라이었다. 그런 땅에 우리의 자식까지 함께와 2년을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꿈만 같은 일이거늘, 이제 그리던 서부여행을 우리의 차로 운전하여 한달
동안이나 온 가족이 나선다는 것은 여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부여행계획은 일찍이 시작하였다. 봄방학을 마치고 경찰청 이상훈 경감
댁에 가, 비디오를 보고 사진을 보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수집하고 여행계획서를
얻어 온 것은 4 월초이었으므로 2달 남직 준비한 셈이다. 미국에 와 배운 일 중
하나는 모든 계획을 미리미리 세워 준비하는 것이다. 매우 유익한 습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행계획은 우선 먼저 이상훈 경감이 다녀 온 코스를
컴퓨터로 입력한 후 우리 가족의 입장에서 수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로
여행정보는 Triple A의 TourBook을 이용하였고, 아울러 최관섭 사무관이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안내서를 보고 한국인의 취미에 맞도록 보완해 나갔다.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5월 방학시작 후 여행을 출발하기 직전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으니 말이다. 이런 고생은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정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 지금에 생각하면 후회되지 않는 일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가족들이 가장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이었다. 우리의
경우 아이들 모두 큰데다가 세 명이므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차량의 뒷좌석을
이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루핑백 (Roof{{ 서부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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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g
B
a
g: 차위에 짐을 싣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방)을 이용하는 문제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료를 조사해 보았었다. 대략 100불 정도면 준비는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 자동차 부품점 (Autopart Shop)을 조사해 보니 50 내지 60 불이면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어떨까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또한 루핑백의 고정장치등이 차량을 훼손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었다.따라서 고민 끝에 우리 집 차량의 타이어가 새 것이고 최근의 타이어들이 주뷰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타이어점을 이용한다면 펑크문제를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페어 타이어 (Sparetire)를 제거하고 그 공간에 이불, 전기담요, 침낭을 넣어 짐을 꾸리었다.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는 음식물 준비이다. 장기간 보존하면서 최대한
부피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 번 워싱턴에 갈 때는 어름을
아이스박스에 그대로 넣었더니 음식물을 꺼낼 때마다 어름이 밑으로 들어가
아이스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어름을 Zip Pack에 넣어 아이스박스에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음식물을 꺼낼 때 편리했고 항상 어름을
아이스박스 위에 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밑반찬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마찬가지로 Zip Pack에 넣어 아이스박스에
넣었더니 그 부피가 크게 줄어 여행기간 내내 밑반찬을 먹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돈 문제였다. 1달간 여행하려면 적어도 $4000 - $5000을
준비해야 하는데 안전문제에 있어서나 관리에 있어서나 만만치가 않은 일이다.
여행자 수표 (Traveler Check), 신용카드 (Credit Card), 현금 (Cash)등의
방법이 있다. 가장 편리한 것은 신용카드이다. 소지하기가 간편하고 지불방법도
매우 편리하다. 예를 들면 주유소에서 가스를 주입하는 경우 점포 (Store)에
들어가서 결제하여야 하나, 신용카드가 있으면 직접 가스를 넣으면서
자동결제가 되기 때문에 좋다. 나는 인디애나 대학 신용금고 (IU Credit
Union)에서 비자카드 (월사용한도 $1800)를 발급받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이것이 기초가 되어 AT&T에서 발급받은 마스터카드는 월사용한도가
$2500이었기 때문에 총 예상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정도라서 다행이었다. 물론
미국에서 현금결재카드 (Debit Card)만 있는 경우 한국의 비자나 마스터
카드를 활용하면 된다. 이 경우 결재는 약 1개월 정도 후 매매기준율에 의해서
결재가 한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 송금하여 쓰는 경우보다
유리할 경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정량의 현금($1000)을 준비하였다. 이를 준비하는데는
유의할 점이 하나 있었다. 인디애나 신용금고에는 일일 은행인출한도가
$400이었다. 다행히도 여행출발 이틀 전에 알았기 때문에 출발하는 날
새벽까지 필요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다. 만약 이를 챙기지 않았더라면
공연히 서부에 가서 현금을 인출하느라고 수수료를 물을뻔 했다. 수수료를
문다해도 1건당 $1.5불이므로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끝으로 유념했던 것은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지에서
2~3일 전에 해야하는가 하는 문제이었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여행계획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거리, Sightseeing, 식사시간 등)하여 모두
컴퓨터를 이용하여 예약했다. 우선 KOA
(http://www.koakampgrounds.com/home.htm)가 예약가능한 곳을 조사하여 숙소를
정한 다음, 나머지는 HotelChoice(http://www.hotelchoice.com/)를 이용하여
중급정도의 숙소 (Comfort, Quality, Econolodge, Roadway등)을 Triple A의
멤버(Membership) 또는 군인. 공무원 신분(Military or Public Official)의 30 ~
40% 할인을 받아 침대 2개. 2성인 2어린이의 방 (Two Queenbed Room, Two
Adults & Two Children under 18 age)을 예약했다. 이들 숙소는 18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추가비용(extra charge)이 없고, 미국식 아침(continental
breakfast)을 먹을 수 있어 비용 면에서 크게 비싸지 않더라는 충남대 이계호
교수의 충고에 따라 최종적으로 정하였다. 이 보다 조금 가격이 싼 숙소들은
어린이에 대한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아침식사를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밥을
해먹거나 아니면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사먹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공무원이나
군인의 신분이 아닌 내가 문제될 것이 걱정되었지만, 이교수 경험으로는
신분증을 보자는 숙소가 없었다는 충고에 따라 예약을 했었는데 이를 묻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일반 신분으로는 숙소의 여유가 없는 경우에도 군인.
공무원의 신분으로는 예약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편하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Triple A사의 Membership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어 숙소를 예약할
때 모든 점을 잘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더욱이 모든 숙소에 대하여 쉽게
찾아 갈 수 있도록 현지지도 (http://city.net/maps/address/)를 인터넷에서 찾거나
아니면 예약할 때 관련 인터넷주소에 있는 지도를 인쇄하여 여행 일정순으로
편철하였다. 사전 지도준비는 장점이 많았다. 대개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숙소를 찾느라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 소비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한번도 길을
잘못 접어들거나 헤메인 경우가 없었다. 숙소에 오후 5시 내지 늦어도 6시면
숙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로 가기 전에 근처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 신선한
고기, 과일, 야채, 옥수수, 음료수를 쇼핑한 다음, 숙소에 다다르면 아이들은
수영장에 가고 나와 처는 침구나 저녁을 준비할 수 있어 여유가 있었다.
저녁에는 숙소근처에 있는 지방특유의 풍물을 보러가거나 아니면 가족끼리
카드놀이 등을 하면서 지낼 수가 있어 가족 모두가 피곤하지 않고 건강하게
더욱이 재미있게 여행할 수가 있었다. 가족간에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과도 더욱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여행 일정표 (Travel
Itinerary)를 세부적으로 작성하여 가족 누구든지 차에서든 숙소에서든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일정표에는 숙소의 전화번호와 주소, 그리고 주요
볼거리와 대략적인 당일계획을 포함하고 가족 모두에게도 1주일 전에 나누어
주어 각자가 이를 기초로 준비하는데 참고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사전에
세부적으로 준비된 일정표는 아이들에게 여행목적지에 다다르기 전에 어디에
가는지 일깨워주게 되고 여행안내서나 아니면 휴게소에서 얻은 안내팜프렛을
읽으므써 여행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었고 틈틈이 차안이나 숙소에서 아이들이
자기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의 여행이 한 여행목적지에서
다른 목적지로 이동하는 거리가 엄청나게 긴 경우가 많아 이 시간을 가족들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도 중요하다. 우리는 여행기를 정리하여 발표하거나
차량 스테러오에 Ｃ Ｄ 테이프를 준비하여 고전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카드놀이
휴대용 전자오락기등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틈틈이 그 지역에서 방영되는
국영라디오 방송 (NPR)을 통해 음악, 뉴스, 기상 등을 점검하면서
여행하였더니 매우 유익한 점이 많았다 (이는 자동차 스테레이오 시스템의
스캐너를 활용하면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미대륙의 중앙평원을 지나서
1998년 6월 8일, 월요일, 흐리고 비
아이들이 6월 5일 수업을 모두 종료하게 되어 3일 정도 여행준비기간을
갖도록하였다. 다만 Kansas에 있는 정완대 과장이 자기집을 경유하여 가라고
초대하였으나 일정이 모두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Indianapolis에 있는 Kim's Supermarket에서 깻입, 꽁치, 스프,
1분짜짱면, 1분미역국 등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사고, 마늘꽁, 볶음김치,
오징어볶음, 장조림, 배추김치 등 밑반찬은 집에서 마련하여 Zip Pack에 넣어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거실의 창문이 밝아 오면서 빗줄기가 유리창에 내리칠 때 가족들을 서둘러
깨웠다. 어제 늦게까지 준비하느라 피곤들 했나보다. 그러나 대망의 서부여행을
위해서는 하는 수없었다.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부산하게 준비를
해주었다. 역시 아이들이 크니까 여행에 덜 힘이 들 것같았다. 짐을 싣고
Apartment 앞을 나서니 7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가족 모두가 Tulip Tree
Apt.의 입구를 나서며 힘차게 Fighting을 함께 외쳐보았다. 자동차의 계기판은
57,587 마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먼저 현금 인출을 위하여 17th St.에 있는 Credit Union으로 가서 $400을
인출하고 17th. St. & College Ave.에 있는 주유소에 들러 가스주입하고 어름을
사 아이스박스에 넣으므로서 힘든 여행준비가 모두 끝나게 되었다. 아침은
집에서 만든 빵을 먹을 양으로 쨈을 발라 과일과 함께 준비해 두었다. SR46을
타고 Elletsville- Terre Haute로 가는 길은 마냥 평화롭기만 했다. 우리에게는
너무 뜻깊은 일이건만 차창으로 보이는 농촌은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기지개를
키는 것만 같았다. Terre Haute에서 Interstate Highway 70에 올라서니 운전이
편하고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실감나기 시작했다. 근환이가 소변이
마렵다 하여 Exit로 빠저나가 주유소에 드렸다. 화장실에서 소변보고 세수하고
양치질을 하자니 '이게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깊이 들어 왔다. 아이들도
평소 같으면 짜증을 냈을텐데 말없이 하는 것을 보면 자기들도 여행이
무엇인지는 이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Gas store에서 물을 얻어 물통에 채운
다음 차의 유리창에 sun blind를 달았다. 그 해가리개의 그림이 아이들 마음에
드는가 보다. 무척 기뻐들 하였다.Terre Haute는 인구 57500명의 중소도시로서
'높은 땅(high land)'라는 뜻의 프랑스어라고 한다. 이는 비옥한 Wabash
하류계곡에 위치하고 있는 산업도시이다. 이곳은 인디애나 대학의
FM방송권이기 때문에 NPR(Natonal Public Radio:103.75MHZ)뉴스와 함께 매일
Bloomington에서 날씨를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그 지명만큼은 익히 들어왔다.
Terre Haute에서 Wabash River를 건너 서면서 Illinois State에 접어 들었다.
I-70 주변의 Illinois는 구릉성 산지로 부분적으로 숲이 있고 농업과 석유생산이
풍부한 곳이라고 한다. 고속도로의 끝없는 펼침은 정말 말만 들어오던 대평원을
실감나게 하여주었다. 빗속을 헤치면서 지평선이 보이는 고속도로를 달리자니
신이 나는가 보다. 미리 준비한 CD의 음을 한껏 높이고 다렸다. 농촌의 모습은
인디애나와 비슷했다. 따라서 오하이오에 갔던 기억을 합하면 그 평원은
이곳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이니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천둥번개도 치니 다소간에 긴장도 되었다.
이제 Missippi River를 넘어 서면서 Missouri State의 Saint Louis(인구
429,300명) 이었다. 이곳은 Gateway Arch로 유명한 곳으로 미국 역사상
서부확장의 관문을 상징하고 있다. Jefferson 대통령의 Louisiana Purchase와
함께 의미깊은 곳이라고 한다. 더욱이 이곳은 Missippi River와 Missouri
River가 합쳐지는 곳으로서 St. Louis는 일찍이 산업, 샹업, 교통,중부 Missippi
계곡의 문화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Missippi River는 말로만
들어오다가 1년전 North West Airline을 타고 미국에 올 때 하늘에서 보고
이제는 그 다리를 거넌면서 보게되니 감회가 깊었다. 아이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깜짝 놀라 쳐다보니 '현대'라는 간판이 차창 멀리 빗속을 통해
보였다. 참으로 기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라의 자랑거리라 생각되어 소리를 지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IMF에
처해 있는 조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참으로 우수한 민족이건만,
5000년만에 처음 맞은 이 국운을 지키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마는가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아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는 자위를 다지면서
서쪽으로 계속 페달을 밟았다. St. Louis의 외곽도로는 I-270이었다. 공사구간이
많아 빗길에 여간 힘들지 않은 운전이 아닐 수 없었다. Missouri State는
비옥한 농업지대로서 육우(beef castle)를 많이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주도(Capitol)는 Jefferson City로서 인구는 35,500명이고 1826년 이래로
이어지고 있다. St. Louis를 지나면서 아이들이 용변을 보 고 싶어하고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 시장기도 들어 적당한 쉴 터를 찾아야 했다. 어차피 가스도
보충해야 하므로 Fulton 근처의 Gas Station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비는 굵은
가락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가스를 주입한 다음 인접한 상가로 들어가 나도
용변을 보았다. 문제는 물을 어떻게 얻고 식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걱정이
되었다. 상가 내에는 restraunt가 있었지만 짠돌이로 나선 마당에 그곳에 들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보니 저절로 용기가 생겨났다.
물만 상가에서 받아 차안에서 준비해 온 밥을 먹기로 하였다. 나는 우산을
받쳐들고 차의 트렁크내에 있는 전자밥통에서 코펠에 밥을 꺼내어 냈다. 그리고
반찬은 아이스 박스에서 볶음김치, 마늘꽁, 오징어볶음, 그리고 김을 꺼내어
차안에 들고 들어오니 진수성찬(?)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도 비가 오다 보니
차창에 수증기가 끼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아 마음은 편하였다. 그곳은
지역의 mall 역할도 하는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Fulton은 인구 1만명 정도
되는 곳으로서 1946년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Sir
Winston Churchill은 이곳 Westminster College에서 한 연설을 통해 그의
예언적인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주창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어린
시절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던 단어이었고 내 자신이 웅변을 통해 수없이
인용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20~30년 만에 내가바로 그곳에서 서게 되다니
참으로 믿겨지지 않는 일이다. Church of St. Mary Aldermanbury는
Churchill과 제2차대전의 도서와 기록물들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Kansas
City에 접어 들면서 정완대 과장에게 들르지 못한다는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oncordia라는 작은 도시 근처에 있는 휴게소에 들렀다.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용변을 마치고 USA Today라는 신문을 사든 후, 처와
운전을 교대하였다. 정과장은 Summer를 듣는다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Kansas City는 이름과는 달리 도심의 중심이
Missouri에 있는 특이한 도시이다. 그 인구는 435,100명(이중 149,800명은
Kansas City, Kansas에 거주) 으로서 제법 큰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층빌딩이 멀리 보이고 Missouri River가 도심을 흐르고 있었다. 마치
Kenturkey State의 Louisville과 도시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agribusiness, 제조업, 교통, 상업,그리고 상업이 발달된 곳으로서 도심에는
뛰어난 조각품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는 도시라고 한다. Kansas City를
지나자 Kansas Turnpike라는 유료도로가 주도인 Topeka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요금은 1불 50센트 정도되는 것 같았다. 정과장이 공부하고 있다는 University
of Kansas는 그 중간지점인 Lawrence라는 도시에 있다고 한다. Topeka는 인구
119,900명이 되는 중부에 있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변에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위한 상공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특히 철도교통의 중심지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Kansas는 곡물과 가축사육을 위한 대평원으로 펼쳐져 있다. 따라서
이곳의 도시들은 그러한 농업에 필요한 기계류나 물품을 공급하고 생산된
곡물을 보관. 운반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Topeka를 지나자 또다시 끝없이
펼쳐진 밀밭이 고속도로 주변에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황금빛 밀밭은
이곳까지 오면서 긴장하게 하였던 빗길과는 달리 정말 풍요롭고 평온하게
우리를 맞아 주는 듯 했다. 그러나 갑짜기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가
우리를 다시 긴장시켰다. Tonado가 우리가 향하고 있는 Dickinson County를
휩쓸어 피해를 주고 있다는 방송이었다. 하늘에는 비구름을 찾아 볼 수 없는데
Tonado가 온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그 위력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긴장하였다. 근영이가 먼저 학교에서 배운 대처법을 이야기하고
근희, 근환이가 보충하였다. 나도 영어 class에서 이를 들은 적이 있다.
고속도로상에서 tonado를 맞을 경우 무조건 하차하여 도로변 도랑에 들어 간
다음 tonado에 흩날리는 물건으로부터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두팔로 감싸
쥐어야 한다. 또한 집안에 있을 경우에는 tonado가 오는 방향의 창문이 깨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반대편 튼튼한 기둥이 있는 곳에서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방석이나 베게로 머리를 보호하되, tonado는 사전에 예보되거나 사이렌으로
경보되므로 신속히 지하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사방을
나누어 관찰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숙소는 Salina, Kansas로서 50~60 마일 정도
남아 있었다. 왠지 불안도 하였지만 신이 우리를 도와 줄 것만 같은 요행도
떠올랐다. 긴장의 1시간을 주행하는 동안 오히려 맑은 하늘을 보면서
설왕설레하였다. 그러면서도 별일이 없다는 다행스러움에 가족 모두가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석양의 햇살을 황금빛 밀밭 넘어 저 멀리 지평선으로부터
받으며 차가 어느덧 KOA로 접어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KOA에는 Office가
간단한 store와 함께 있었다. KOA는 Kampground of America의 약자로서
공공시설의 하나이지만 민간이 투자하여 chain으로 함께 운영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묵고자 하는 캐빈(cabin)은 일종의 통나무집이다. 이곳에는 1
room cabin과 2 room cabin이 있는데 1 room cabin은 bunkbed라는 2층 나무
침대와 queen bed라는 wood frame에 비닐커버 매트리스만 있는 침대가 있다.
비용은 대략 25불에서 비싼 곳은 45불까지 있다. 대개 RV(recreation vehicle)와
텐트장이 주류를 이룬다. 값싸게 국민들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인 듯하다. 대개의 경우 outdoor pool과 spa가 있고 동전세탁기, 샤워장,
아이들 놀이터가 있다. KOA Card가 있으면 어느 KOA에 가든지 10% 할인을
해준다. 따라서 나도 여행 1주일전에 신청하였지만 받지 못하고 출발하고
말았다. 우편으로 card를 보내 주기 때문에 더 일찍 신청했어야 했나 보다.
Office에 들어가니 중년부인이 KOA 고유의 제복을 입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미리 컴퓨터로 예약을 하였기 때문에 내 숙박카드는 이미 작성되어 이미 비용
일부가 내 Credit Card로부터 deposit되어 있었다(세금포함 $40.05/아이들은
1인당 $3씩 추가되었다). 그냥 잔액만 지불하면 되었다. 숙박비 10% 할인을
받기 위하여 KOA Card($10)를 다시 만들었다. 아울러 아이스박스에 넣는
냉매를 office 냉장고에 냉동을 시켜달라고 부탁하였다. cabin에 도착하여 대략
짐정리를 한 다음, 처는 저녁을 짖고 나는 침구도구를 정돈하였다. 침낭 2개와
얇은 이불 1개, 침대보 1개, 전기이불1개, 그리고 야외용 매트리스 1개을 갖고
갔었다. 침낭 2개는 2층 침대에 각기 근희, 근영이가 자고 나와 처, 근환이는
Queen bed에 전기이불을 덮고 자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수영장에 갔다 가,
물위에 나뭇잎이 많이 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돌아왔다. 저녁은 꽁치 통조림을
넣은 된장찌개와 볶음김치가 별미이었다. 식사후 빗길을 오느라 흙투성이가 된
자동차를 대충 세차한 다음, 샤워장에 가 샤워를 하고 돌아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달이 휘엉청 밝아 옛고향 생각이 났다. 지금은 어머님도 돌아 가시고
주변의 환경도 경지정리를 하여 많이 달라진데다 뒷동산도 논밭을 일구어 알아
볼수 없을 정도로 달라 졌건만 밤 하늘에 또 오르는 별과 달은 항상 옛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캐빈 옆 작은 연못에 내비친 밤하늘은 정말 황홀하였다.
풀벌레 소리 은은한 밤,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잠을 청하였다.
1998년 6월 9일, 화요일, 맑음
여행준비하느라 피곤했나 보다. 그래도 눈을 떠보니 6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가족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나와 간단한 체조와 조깅을 한 다음 샤워를
하였다. 어제 해 놓았던 밥과 된장국을 서둘러 먹고 나서니 7시가 넘어 섰다.
사무실에 들러 냉매를 찾고 얼름($1.06)을 사 넣은 후, I-70 고속도로에 올라
섰다. Salina는 인구 42300명의 도시로 큰 밀가루 공장과 대규모 밀저장 탱크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밀 생산지대의 주요 거래 중심지이었다.
쾌청한 날씨는 어제와는 달리 쭉뻗은 고속도로와 함께 가족들을 신나게
하였다.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노래를 한동안 소리 높여 부르드니 피곤한 듯
잠이 들었다. '너희들은 잠자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하고 혼자
되뇌이고 생각하니 부모님이 '나를 키우실 때도 이렇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른들 말씀에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 마음을 안다더니......
고속도로는 반듯하여 멀리 지평선 가까이로 보이는 차는 대지에서 올라
오는 수증기로 인하여 마치 하늘에 떠 가는 것같기만 하였다. 정말 큰 땅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렇듯 끝없는 고속도로를 달리자니 지루하고 속도가
실감나지 않아 '설마'하는 마음으로 시속 90마일 cruise로 달렸다. 세상에
요행은 없나 보다. 불현 듯 뒷창을 보니 경찰 차량이 비상등을 키고 뒷 따라
오고 있었다. 속도 위반이라고 한다. 89마일. 만감이 교차했다. 단 10센트도
아끼려고 발버등을 쳐 왔건만 벌금을 내야 한다니 한스럽기 짝이 없었다. 차를
옆에 대고 내려 경찰관 쪽으로 걸어 가니 권총에 손을 대면서 "오지마라"고
한다. 다시금 차량에 앉아 기다리니 차량번호등을 기록한 후 내게 다가와
면허증을 달라고 한다. 한국에서 와 같이 사정을 좀 하였드니 들은 척도 안하고
법원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71 ticket를 천연덕스럽게(?)
내밀었다. 미국에서는 나의 언행을 무한책임 져야하는구나 하는 값비싼
깨달음을 갖고 서쪽으로 다시 운전을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Colorado State이었다. 조금만 더 참았어도 벌금을 내지 않았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없었다.
콜로라도! 록키산맥을 지나다
Colorado! 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Colorado! 이름만 들어도
설레인다. 하늘은 더 푸르르고 주변은 물이 부족한 듯 풍차를 이용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 여기 저기 눈에 띄드니 어느덧 사막에서 사는
선인장이 하얀 꽃을 발하며 건조한 곳임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사이사이에
풀을 뜯는 소들이 보이고 쑥과 같은 작은 관목은 대지에 부스럼이 난 것과
같이 군데군데 끝없이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용변을
보면서 LA에 있었던 영봉이에게 전화하였다. 집은 전화를 받지 않아 사무실로
하였더니 3월에 귀국하였다고 한다. 무심한 나였다. 어쩌면 학과 공부와 시험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하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니 4000만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재촉했던 1년이었다. 때로는 좌절감도 느끼고 초조함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다. 내가 배운 생활의 지혜는 '미리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덕분에 통계와 재정에 관련된 long project는 A학점을 맞았으니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모른다. 대학시절 무전여행중 부산 UN국립묘지에 들렀다가
나오면서,'내 생전 다시는 남의 나라 젊은이의 피로 국권을 보존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다짐 했던 나였고, 행정고시 1차 시험 준비중에는
구한말 역사를 읽다가 화가 나 역사책을 집어 던지면서 '관료들이 치외법권라는
용어도 몰라 강화도 조약문서에 그 엄청난 조항을 넣는 멍청한 짓을 해서
되겠는냐'고 분통을 터뜨린 나였다. 고된 삶일지라도 나에게는 너무 행복한
국가의 은총이다.
약간 건조하고 쌀쌀한 기온과 드높은 하늘을 바라 보며 서부여행에 대한
부푼 꿈을 다졌다. Colorado의 Burlington 근처에 있는 Welcome Center에
들렀다. 점심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할 목적이었다. 센터의 앞 잔디밭 가운데에
식탁이 있어 적당한 곳을 잡아 갖고 간 식탁보를 치니 훌륭했다. 이제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은 다 비슷한데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부끄러워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다른 미국 사람들에게
냄새가 문제인데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이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잔디를 깎는
사람이 식탁 주위의 잔디위를 분주히 오갔지만 오히려 우리의 음식을 호기심
어리게 보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 Welcome Center에 들어가 양치질하고
자료를 수집한 다음, 아이들을 사진찍어 주었다. 한 할머니는 우리가 Estes
Park를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Elke가 시가지에
많다는 이야기를 곁드렸다. '미국사람들은 처음 만났어도 어쩌면 저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Denver에 접어들면서 반대편 콘테이너가 공사구간을 지나치면서 작은
돌이 날라와 차 앞유리에 맞아 깨졌다. 일단 차를 고속도로변에 세운 후
보험청구를 위해 필요한 사진을 찍었다. 불과 1시간전에 과속벌금을 받은 후
있는 일이라서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공사구간이라서
흙먼지도 나고 더울 뿐만 아니라 주변에 긴급전화기도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냥
이동을 하였다. Denver를 지나면서 적당한 주유소에서 보험회사에 전화할
계산이었다. 덴버의 외곽을 지나는 도로망은 복잡했다. 처가 운전하고 나는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았다. 졸음이 왔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I-70에서 I-25로 길을 바꾼 다음 주유소를 찾았다. Fort Lupton으로 나가니
Texaco라는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주유소에 이르러 가스를 주입하려고
하니 큰 문제가 발생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는 일도 길 섫은 곳에서 어려운
일인데 업친데 겹친 격으로 gas cap이 없어진 것이다. 아마도 중간에서 주유할
때 차 뒷트렁크 위에 올려 놓고 급한 마음으로 그냥 와 버린 것이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하나씩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주유소
마당에 있는 공중전화기에서 보험회사에 전화하였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는
더욱 힘들게 하였다. 보험회사에서는 accident report를 접수하면서 고속도로
순찰대 보고서를 동봉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견적은 여행 후 Bloominton에 가
mechanic으로부터 받아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확인을 받는 일이었다. 주유소에 들어가 협조를 요처하였더니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 번호를 받아 들고 다시 전화를 하였드니 그런 것은 직접 순찰대에
와서 받아야 한다고 한다. 대충 주소와 찾아 가는 길을 메모하였지만 그 지역의
지명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주유소에 들어가 물으니
마찬가지이었다.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 Triple A에서 받은 Triptik의
덴버지도를 들고 다시 전화하였다.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근무시간이 오후 5시까지라고 하니 40분밖에 남지 않았다.
지체없이 차를 몰았다. 처는 운전을 하고 나는 어림짐작의 길찾기에 나선
것이다. 식은 땀이 비오듯 하는데 왜 그렇게 신호등이 많은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한국 같았으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나 아니면 늦게 가더라도 당직실로
찾아 가면 되련만 길도 섫고 말도 섫은 내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근무시간에 그 곳을 찾아 서명을 받는 도리밖에 없었다. 처와 협동으로
정신없이 길을 찾다 보니 안내받은 내용을 토대로 한 예상이 요행히도 정확히
맞아 떨어져 10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관은 다소 퉁명스럽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양식을 갖고 가 우편으로 자기에게 보내주면 서명해
주는 방법이고 다른 한 방법은 그 곳에서 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양식을 보니 너무 빡빡해 도저히 작성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아 우편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믿음직스럽지가 않았다. 따라서 정신없이
못쓰는 글씨체로 휘갈겼다. 내가 놀랄 정도로 양식의 내용을 이해하고 작성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궁즉통'이라더니...... 모두 작성 후 몇가지 묻더니 자기네
관할구역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누가 이곳으로 알려주드냐?"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세상의 일이 이렇게도 꼬일 수가 있을까? 사정이야기를 하면서 도와
달라고 부탁하여 보았더니 퇴근 시간이 다 된 탓인지 서명을 해주었다. 정말
힘들 곡예이었다.
다음은 gas cap을 사는 일이다. 사전에 주유소에서 물어 놓았기 때문에
되돌아 가는 길 찾아가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예사했던 경로에 있어 autopart
shop에서 차종, 모델, 년식을 대니 컴퓨터로 찾아 위치를 알려주었다. Toyota
Camry LE, '92 year model. 정확히 gas cap을 찾아 살 수 있었다. 과연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피곤이 눈에 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유소 사람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시 그
주유소로 찾아가 가스를 넣은 다음, Estes Park의 KOA에 전화를 하였다.
근무시간은 저녁 9시까지이나 근무자가 있으므로 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서둘러 I-25에서 34번 고속도로로 바꾸어 Loveland를 거쳐 Estes
Park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Thompson River를 따라 이어지는 협곡(Big
Thompson Canyon in the Roosevelt National Forest)은 설악산을 연상하게
하였다. 미국에 와서 오랜만에 산다운 산을 보게되었다. KOA에 도착할
때쯤에는 저녁 8시 반이 넘어 서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무실이 문을 닫지 않아
절차를 밟고 냉매를 냉동시켜주도록 부탁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7시에 문을
연다고 하여 더욱 좋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처는 저녁을 준비하고 나는
침구를 정돈한 다음 화덕에 남아 있는 장자을 이용하여 모닥불을 피워 보았다.
저녁은 소시지 된장찌개 백반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저녁식사를 하면서
보니 한국사람이 눈에 띄어 인사를 하니 Illinois대학에서 왔다고 하면서 자기는
보험감독원에 근무한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이 이곳에 올 예정인데 그 사람은
노동부에 근무한다고 한다.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의
일정 숙소를 예약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은 미니 골프가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3남매가 부모인 내가 보아도 정겨워 보이기만 하다.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잠자기로 했다. 낮에 너무 고생했기 때문인지 피곤이 엄습해왔다.
1998년 6월 10일 , 수요일 , 맑음
어제 일찍 잠을 잔 탓인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다소 춥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변함없이 체조와 조깅을 시작했다. 호수(Lake Estes) 건너편 멀리
산위에 밝은 달이 칠흙의 하늘 위에 빛나고 있었다. 캐빈 앞에는 인디안 텐트가
어둠을 뚫고 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Rocky Mountain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전체적인 조화가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조깅은 호수의 제방을
따라 달렸다. 기온이 차서 그런지 아니면 어제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캐빈에 돌아와 세면도구를 찾아 들고 가족들을 깨웠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긴바지와 긴팔 옷을 입도록 하고 두꺼운 잠바도 준비했다. 한국사람들
아직 일어나지 않아 메모만 남기고 출발했다.
Rocky Mountain쪽으로 언덕을 올라서니 Estes Park의 도시 모습이 깨끗한
자연과 함께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Elk Ave. 언덕 중턱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산쪽으로 더 다가
서다 보니 "Rocky Mountain National Park"라는 팻말이 큼직하게 우리를
맞는다. 커다란 소나무의 위용에 둘러싸여 아침햇살을 받는 모습은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이것이 증명사진이다."라고 한바탕 웃어
제치면서......
Trail Ridge를 따라 올라 가는 길은 우거진 산림 속을 뚫고 만년설을
바라보는 것이 장관이었다. 곳곳에는 View Point가 있고 안내문이 있었다.
최근에 록키 산맥의 식생이 죽어 가고 있는데 그것은 남서방향에서 불어 오는
공기가 오염이 되어 산성비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짧은
거리이지만 Trail을 좀 했는데 바람이 매우 세고 찬기운 이 옷속을 스며들었다.
산중턱에는 작은 다람쥐들이 관광객으로부터 먹이를 많이 얻어 먹었던 탓인지
아이들이 과자를 던저 주니 다가와 천연덕스럽게 받아 먹었다. 산의 정상에
가까워 오면서 바람은 세어지고 도로변에 빙벽이 2~3m나 되었다. 아이들은
빙벽에 쓰여진 이름을 보고 자기들도 새겨볼 양으로 애를 쓰지만 얼어서
쉽지가 않아 실패하고 씁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눈보라가 치는 산정상에도
생명은 싹트고 있었다(tundra environment). 잔돌이 널려진 산턱의 사이사이에
이름 모를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상(12183 ft.)에 이르니 눈이 녹아 조금씩 흐르는 물이 도로를 적시고 있었다.
멀리 가장 높다는 Longs Peak(14,256ft.)이 눈에 덮여 반쯤은 흑구름에 가리운
채 보였다. Alpine Visitor Center에 들러 록키산이 그려진 목판 벽걸이를 샀다.
근영이가 몸살이 났는지 열이 올라 뜨거운 커피라도 사먹일려고 Restraunt를
찾았으나 10시나 되어야 연다고 한다. 먼길을 여행해야 할 처지라 그냥 나와
이제 산턱을 내려서기 시작했다.
록키산의 서편은 너무 달랐다. 바람도 적고 생명의 숨결이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 Milner Pass(10,758 ft.)가 Continental Divide를 가르고 있었다. 그를
기준으로 서편은 물줄기가 태평양으로 들어가고 동편은 대서양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인생의 갈림길 만큼이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지리적 특성을 설명하고 인생의 행로 속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 줄 것을
당부했다. 부모는 잔소리꾼이라던가? 60 넘은 아들에게도 '차조심하라'고
타이르는 것이 인생일진데......Trail Ridge Road를 타고 내려오는 길가에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느라 곳곳에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번 Elk를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가 있었다. Grand Lake에 들러
아이들에게 말을 태워줄 예정이었으나 1시간에 $18이나 한다고 하여 포기하고
호수변 한적한 곳을 골라 자리를 피운 다음 가스렌지를 이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정말 별미이었다. 국립공원에서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고 눈치도 보였다. 점심을 먹고나니 따가운 햇살이 졸음을 가득 불렀다.
그러나 오늘의 여정이 짧지만은 않기 때문에 서둘러 차를 몰았다. Lake
Granby의 뒤로 보는 록키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봄방학 때 다녀온 Smocky
Mountain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깨끗하고 청명할 뿐만 아니라 그 규모조차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했다. Fraser 부근에서는 Colorado River의 발원지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어 뜻깊었다. 앞으로 Grand Canyon에 이르기까지 Colorado
River를 달릴텐데 하는 설레임이 와 닿았다.
Winter Park는 작은 휴양도시로서 곳곳의 산중턱에는 스키 리프트카가
보였다. 자동차가 Berthoud Pass(11,314ft.)를 지나면서 힘들어 했다. power
switch를 넣고 기아도 저속으로 변속하니 큰 무리없이 운행할 수있었다. 산턱을
넘으면서는 좌우 도로변으로 쑥과 비슷한 관목이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I-70을
타고 Eisenhower Tunnel를 지나 Frisco에서 다시 State Road 91번으로
들러서니 쑥과 같은 관목 지대가 끝없이 펼쳐졌다. 이러한 지형은 록키산맥
고원지대에 특이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Gunnison까지 계속되었다. 오늘의
여정은 록키산맥을 따라 남으로 따라 내려가는 경로였다.
Gunnison KOA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저녁을 먹고 쉴
생각으로 서둘렀으나 식수시설도 좋지 않고 주변에는 오토바이족들이 떼지어
몰려와 소란했다. 캐빈에는 히터가 있어 다소 따뜻하여 저녁 식사후에는
아이들과 '원카드'놀이를 하다가 잠에 들었다.
1998년 6월 11일 목요일, 맑음
아침 일찍 조깅하려고 나서면서 화장실에 들르니 모두 추었던지 어제
소란하던 오토바이족 사람들 추위에 떨면서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나자신도 추었던지 콧물 감기 기운이 있고 약간 으쓱으쓱 추었지만 체조와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하면 몸이 풀린다는 경험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KOA밖
Gunnison Airport 담을 따라 1마일 정도 달렸다. 작은 비행장이었지만 자가용
비행기인 듯 경비행기가 많이 있었다. 주변에는 산림은 없고 땅에 쑥관목이
자라 상쾌하지 않았다. 조깅을 마친 후 가족을 깨우고 샤워장으로 갔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맛은 정말 좋다. 지난 1년가 아침조깅은 나의 건강을 상당히
증진시켰다. 30분간 실내에서 요가를 하고 15분간 조깅하고 15분은 샤워를
한다. 아침에 요가를 하지 않고 조깅하는 것은 잘못하면 근육이나 뼈에 무리가
가해진다. 이 아침운동을 통하여 비염, 위장염과 두통, 만성피로 등이
없어졌으니 미국유학의 또 다른 성과를 하나 꼽으라고 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건강회복이라고 하겠다. 그런 내가 어찌 피곤한 여행중이라고 아침운동을 하지
않겠는가?
인디안의 체취,메사버디 국립공원
오늘은 당초 Morrow Point Lake에서 boat tour를 하거나 아니면 Morrow
Point Dam을 관광할 예정이었으나 출발시간이 다소 늦었고 boat tour 시간이
12시쯤에나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오늘의 주요 포인트인 Mesa
Verde을 생각할 때 에너지를 비축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Tourbook에
의하면 boat tour는 색다른 경험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Blue Mesa Lake는
정말 물의 색깔이 남빛을 띠고 있었으나 호수주변에 나무는 별로 없고 어제
Rocky Mountain에서 계속되었던 쑥관목만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Blue Mesa
Lake에는 무슨 고기가 잡히는지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Curecanti National Recreation Area는 Morrow Point Lake를 지나면서
Gunnison River를 끼고 협곡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곳을 지나면서
2차대전이후 미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외교관계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다소 눈과 코가 건조하다는 느낌과 귀가 멍멍한 상태에서 Montrose에
도달하였다. Montrose는 인구 8,900명의 작은 도시로서 Poncha
Springs에서부터 이어지는 경관코스(scenic drive course)의 서쪽 끝이며
Gunnison National Monument내의 Black Canyon, Gunnison National Forest
등을 포함하는 부근관광의 중심지이었다. 이 도시는 1880년대 이래
Uncompahgre River를 따라 San Juan Mountain에 이르기까지 펼쳐졌던
은광산의 지원도시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만에 시장을
보기 위하여 슈퍼마켓을 찾았다. 여행이란 원래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충남대 이계호 교수님의 명언을 기억하면서 불고기감과 차내에서 먹을 과일 등
음식, 눈이 건조해 눈약 등을 샀다.
Montrose에서 Mesa Verde로 가는 길은 예상하지 않았던 좋은 경관을 볼
수 있었다. Ouray는 광산이 발달하기 전에 인디안들이 온천을 즐긴 곳으로서
1875년부터 1902년에는 은광산의 붐이 일었던 곳이다. 이 도시는 'Switzerland
of America'라고 불리기도 하며 콜도라도의 첫 번째 경관코스로서 'San Juan
Skyway'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San Juan Skyway'는 'Uncompahgre
National Forest'와 'San Juan National Forest'를 잇는 232마일 경관코스로써
따뜻한 온천과 함께 이곳 관광을 보다 매력있게 해 주고 있다. Ouray를 지나
'Red Mountain Pass'를 이르는 길은 깊은 협곡으로서 낙차가 큰 폭포가 여러개
있었으며 'Redcloud Peak(14,034 ft.)'는 이름만큼이나 붉은 빛을 띠었다.
근영이는 이를 두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만화의 주인공 "가젤라가 록키산맥을
만들다가 너무 지쳐 피를 토한 곳이다"라고 비유하여 우리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또한 Ouray의 남쪽에 위치한 Silverton도 1871년부터 번성하였던
은광촌을 대변하듯, 1880년대의 극장이었던 'Grand Imperial Hotel'이나 금으로
된 돔을 갖고 있는 법원 청사가 보난자 시대의 풍요로움을 아직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Durango와 Silverton을 잇는 'Narrow Gauge Railroad'는 석탄을
태워 운행하는 유서깊은 여객용 철도이다. 이곳에서는 금광에 대한 도보 또는
지프관광이 유명한데 지프는 임차가 가능하다. Purgatory는 스키 등 겨울
스포츠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호수나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여름
휴양촌이기도 하다. Silverton에서 Purgatory로 넘어 가는 길은 'Coalbank
Pass'를 지나게 된다. 가파른 경사가 운전자의 가슴을 조이게 하는데 검푸른
구름이 순식간에 산허리를 두러 싸드니 눈보라를 쳐 서부여행의 변화 무쌍함을
실감나게 하였다. 방금 전에 지나온 Silverton의 온천에서 느끼는 따뜻함과는
전혀 다른 대자연의 웅대함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Coalbank Pass'를 넘어 서니 언제 그랬는가 싶게 활엽수의 가지 끝에 생명이
솓구치듯 새순이 뾰롯이 튀어 나와 태양 빛에 반작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오는 길은 가파랐다. 아이들이 참았다는 듯 용변이 마렵다고 성화를 부려
실례를 길옆에 숲에서 하기로 하고 차를 멈추니 주변의 느낌이 봄기운과 같이
보드랍기만 하다. 따라서 때도 때인지라 차 안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차내에서 먹는 밥은 불편하기는 하였지만 허기진 탓인지 깻잎, 볶음김치,
오징어볶음, 마늘꽁을 코펠에 조금씩 올려 놓고 먹는 맛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었다. Purgatory를 지나면서는 '이제는 록키산맥을 지났나 보다'하는 느낌을
갖게 할만큼 도로변 모습이 완연히 달랐다. 건조하고 다소간은 사막과도 비슷한
쑥관목이 대지를 덮고 있는 형상이었다. 표고가 낮아져 귀가 멍멍한데다
공기마저 건조해 코와 목젖이 쾌쾌했다. Durango에서 Mesa Verde까지는
36마일로서 Mancos 계곡과 Montezuma 계곡을 지나는 160번 고속도로로
Cortez까지 이른다.
Mesa Verde National Park에 도달하니 오후 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파도의 앞자락과도 같이 Mesa Verde 입구에 치솟아 올른 높은 산머리는 왠지
어린 시절 집앞 멀리 바라다 보이던 '당뿌리'와도 흡사했다. 삽교천을 향해
마지막 산자락이 뻗어 있는 모습이 더욱 그랬다. 공원입구에 이르러 록키산맥
국립공원에서 사두었던 '1년 입장권'(Golden Pass)을 제시하니 지도와 함께
Visitor Guide(May 24 - Sept 7, 1998)을 주면서 "좋은 시간을 갖으라"고
가벼운 인사를 친절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과 같이 판매원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코팅까지 한 유리창 뒤에서 돈 받고 표만 파는 모습과 너무
달랐다. 깨끗하게 정복을 입고 짙은 녹색 중절모를 쓴 모습이 산속의 멋쟁이
같다. 그는 입구에 서서 또는 개방된 매표문턱 넘어로 공원의 첫인상을
상쾌하게 하였다. 그러나 미국인지라 길을 물으니 복잡한 설명이 계속된다.
대략 감만 잡은 채 공원내 굴고진 길 따라 차를 몰았다. 설명만큼이나 꼬불탕
꼬불탕한 길이었다. 한 산자락을 넘어 서니 화재가 났었던 탓인지 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곳곳에 산을 메우고 있었다. Morefield Village에는
노천극장(amphitheater)과 몇 개 산책코스(trail course)가 있었으나 북쪽
산자락(North Rim)을 따라가다 보니 Far View Visitor Center에서 길은
Wetherill Mesa와 Chapin Mesa로 나누어졌다. 우리는 Chapin Museum을 보고
Spruce Tree House, Balcony House, 그리고 Cliff Palace를 보기로 하고
방향을 남쪽으로 잡았다. 주차장에 달하니 태양은 강렬하고 대기는 건조했다.
Chapin Museum은 인디안의 이미지만큼이나 남루했다. 물론 그들의 문화가
고고학적으로 심오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도 하겠지만
인종적으로 뿌리가 비슷한 탓인지 내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이곳을 서부여행
코스로 잡은 것도 위스칸신에 있었던 황진홍 과장이 권하였기 때문이었지만,
황과장도 아마 내 마음과 비슷했으려니 생각이 들었다. 근희는 학교에서
Anasazi에 대하여 배운 탓인지 매우 흥미있어 했다. 아이들 교육상 아나사지
문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The Story fo Mesa
Verde)을 하나 샀다. 박물관을 나서니 Spruce Tree House로 가는 길을 만난다.
산등성이 길을 따라 조금 내려 가니, 큰 바위 넘어로 건너편 벼랑 밑
흙벽돌집의 윤곽이 보인다. Mesa Verde 지형 자체가 바다 밑 퇴석층이
융기하여 이루어진 사암층으로 Spruce Tree House는 층을 따라 움푹 파인
절벽 상단에 역사를 간직한 채 그 모습을 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관광객을 따라 가파른 산모퉁이 길을 따라 내려 갔다.
Spruce Tree House는 세 번째로 큰 촌락이면서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Cliff Palace와 Long House는 이보다 크다). 절벽상단에 움푹 파인 동굴을
따라 흙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의 보습이 흡사 어린 시절 보았던 초가집과
비슷하였다. Spruce House는 1200년에서 1276년 사이에 Anasazi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지어진 집으로 114개의 방과 8개의 키바(kiva)라고 하는
의식용 방이 있어, 약 100명 정도의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pruce라고 하는 이름은 1888년 발견당시 Douglas spruce라고 하는 나무가
집앞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며 Anasazi라는 이름은 나바조
인디언(Navajo Indian)의 언어로 '고대의 적(ancient enemies)'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들은 사암층을 뚫고 캐년 밑에 고이게 되는 물을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주변에 있는 Juniper나 Pinyon의 열매를 먹었을 것이다고 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는 poison ivy를 주의하라는 경고문으로 보아 그 곳에는
그런 식물이 많은 것 같고 아나사지(Anasazi)들이 살던 당시에도 이로 인하여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보니 삶에 대한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동굴의 천장은 검게 그을러져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추울 때 온도를 높이기
위하여 24시간 불을 피웠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하실과 흡사한
kiva는 사다리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게 함으로써 동굴의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지혜를 엿보게 하였다. 현재 살고 있는 프에블로(Pueblo) 사람들은
아나사지의 후예들이라고 믿고 있고 아직도 키바(kiva)를 사용하고 있다.
키바는 종교적 의식의 장소일 뿐 아니라 평소에는 작업장 또는 공회당의
역할을 한다. 아마 아나사지 사람들도 비를 기원하거나 풍년 또는 원활한
사냥은 물론 치병을 빌고는 하였을 것이다. 이 Spruce Tree House는 90%
정도가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다고 하니 700년이 넘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족이 맞는 흙벽돌 집은 왠지 친숙하게만 느껴졌다. 이러한 집을 지었던
배경에 대하여는 '외적으로부터 종족보호'라는 주장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고
그들이 이곳을 떠났던 원인은 종족증가와 식량부족은 물론 1276년부터
1299년까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뭄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아마도 그들은
New Mexico나 Arizona로 떠나 지금의 Hopi족이나 Pleblo족의 선조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제 Mesa Verde는 Ute, Navajos, Apaches등이 살고 있다.
나는 안내 책자를 읽으면서 Pueblo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뉴앙스를 느껴야했다.
지난 70년 미국군함 'Pueblo'호는 동해안에서 북한에 납치되었었다. 당시는
냉전이 최고조되던 시기로 남북분단의 두려움을 어린 나마저 느끼던 시기이다.
그런 'Pueblo'라는 용어가 인디안의 한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니 묘하기만
하다.
우리 가족은 Cliff Palace와 Balcony House를 보기 위하여 발길을
재촉했다. Cliff Palace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절벽주거지라고 한다. 1888년
카우보이에게 발견된 이래로 1906년 이곳 보존을 위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09년에는 스미스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ion)에 의하여
발굴조사되었다. Cliff Palace는 217개 방과 23개 키바를 갖고 있으며 200~250명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Cliff Palace는 마치 서아시아 지역의 어느
성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이 장방형 또는 원통형의 정교한 사암벽돌의 벽면이
있어 붙여진 이름 같다. 당시 Anasazi의 문화적 수준을 엿보게 하는
주거지였다.
Balcony House는 1884년 석탄광을 찾던 사람에 의하여 발견된 이래로
관광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곳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다리를 오르고
터널속을 기어가며 주거지 모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Soda
Canyon으로부터 600 피트 위에 위치하고 있고 40 ~ 50개의 방이 있으며 가장
큰 특징은 그 형태가 뛰어난 발코니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 발코니는 2층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기도 하고 작업을 하거나 아기돌보기, 또는 캐년을
내려다 보는 관망대 등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은 절벽 주거지에 샘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주거지의
보존을 위하여 물줄기를 돌려 놓았지만 4계절 물이 나는 샘이었다고 하니
이곳은 거주 조건이 가장 좋았던 곳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주거지의
축조년대를 추정하기 위하여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1190년에서 1282년
사이라고 한다. Balcony House는 '메사 버드'의 다른 주거지와 같이 75년 내지
100년 정도 기거했을 것이라고 한다. Cliff Palace와 Bacony House는 별도
요금을 내고 안내를 받거나 아니면 산등성이에 있는 바위위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 가족은 시간상으로나 체력적으로 후자의 방법을
택하였다. 아이들은 피곤도 하지 않은지 Balcony House를 보겠다고 갔다가
안내자가 요금을 지불한 관광객인줄 알고 말을 걸자 줄행랑을 쳐 돌아 오면서
마냥 즐거워 했다. 록키 산맥에서 몇일 지낸 후이라서 그런지 귀가 멍멍하고
더욱이 메사버드의 건조한 공기는 우리를 지치게 하였지만 아이들은 피곤을 덜
느끼는지 너털 웃음이 요란하다. 이에 반하여 처는 너무 피곤한지 그저 숙소로
빨리 이동했으면 했다.
Chapin Mesa을 돌아 나오면서 Far View를 들렸으나 문을 닫았다. 벌써
시간은 5시를 넘어 섰었다. Far View는 메사버드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했던
곳이라고 한다. 0.5마일 반경내에 50개 정도의 촌락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곳이 년간 강우량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던데 기인한다고 한다. Mummy
Lake는 저수지이었거나 의식장소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적어도
공동체의 협동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Far View지역은 사각지역(Four
Corners Region: Colorado, Utah, New Mexico, and Arizona)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Far View지역을 지나 산등성이를 따라 가다가 넓은 평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view point에서 차를 멈추었다. 과거 화재 당시 불길이 도로를 넘어
북쪽켠으로 넘어 간 모습을 역역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북쪽벽은 낙차가 큰
절벽이었기 때문에 불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곳에서 내려다
보는 평원의 모습은 지표면에서 올라 오는 수증기가 저녁 햇살에 비치어 뿌연
안개와도 같이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었지만 드넓은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속에서 인디언이 산등성이에 올라 평원을 내려다 보는 착각을
느끼며 발길을 재촉했다. Cortez에 있는 KOA까지는 멀지 않았다.
KOA사무소에서 절차를 밟자니 오늘 시내에서 인디언 춤공연이 있다고 친절히
안내해 준다. 백인들이 인디언 유적지와 문화를 갖고 돈을 버는 모습이 나에게
어쩐지 계면적었다. 역사를 너무 감상적으로만 보기 때문일까? 코아는 제법 커
보였다. 옆집 캐빈에는 백인 내외가 아이들은 없는지 저녁 짖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1년을 미국에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Hi."하고 인사를 건넌
다음 여장을 풀었다. 아들은 수영복을 찾아 주어 수영장으로 가도록하고
우리내외는 하루 저녁을 준비하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었다. 처는 저녁을
짖고 나는 침낭과 전기 담요 등을 내려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또한 먼 길을
달려 온 탓인지 차에 먼지가 가득해 물걸레로 차를 간단히 닦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Montrose에서 시장을 본 불고기이었다. 우리는 가스렌지를 갖고 갔기
때문에 캐빈의 식탁위에 놓고 불고기를 구울 수 있었기 때문에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후에 수박까지 먹고 보니 평소 보다 더 잘 먹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멀리 메사버드의 산자락이 석양에 비쳐 뚜렷이 보였다. 서부개척
시대에 백인에 쫒기는 인디언들의 아픔이 내 가슴에 모닥불 처럼 피어 오르는
연민을 느끼면서...... 근환이는 누나들과 불꽃놀이에 여념이 없다. 다소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같아 허락했다. 어둠이
짙어 올 무렵, 우리 가족은 캐빈에 들어 카드놀이와 하루의 저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1998년 6월 12일 금요일, 맑음
이곳이 센트럴 시간대(Central Time Zone)라서 그런지 아침 5시쯤
깨어났다. 밖에는 어둠이 짙었지만 평소와 같이 아침운동을 하기 위하여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나섰다. 다소 기온은 쌀쌀했지만 코아의 전등불 빛과
함께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 내고 있었다. 체조를 마친 다음 조깅을 위하여
코아를 나섰다. 산토끼가 길을 가로 질러 반대편 숲속으로 숨어 버린다. 코아의
주변은 쑥관목으로 뒤덮여 있었다. 차길로 나서니 어제 달려 왔던 160번
고속도로이었다. 코르테즈 시내쪽으로 향햐여 뛰었다. 저평선 멀리 햇살이
뾰롯이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길 옆 상가에는 무슨 오락실
모양인데 커다란 소의 마네킹이 매우 이색적으로 보였다. 길은 다소 언덕이
되면서 WalMart라는 간판이 보였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저곳에 들러 시장을
보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무리하지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뒤돌아 뛰기
시작하였다. 코아 사무소가 8시나 연다고 한다고 하였으니 오늘은 어차피
월마트에 들러 얼음도 사야할 것 같았다. 더욱이 어제 냉매를 사무소에 냉동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음을 두 봉지 정도 사야하리라 생각하면서
뛰었다. 캐빈에 돌아 와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비누와 수건, 치약,치솔을 갖고
샤워장으로 갔다. 아침 일찍 깬 사람 한명이 용변을 볼 뿐 4개의 샤워장이
대부분 비어 있었다. 과거에 변비가 심할 때는 아침 결에 용변보는 일이 걱정이
되었었는데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떠 올랐다. 그러고 보면 내 건강이 무척
좋아졌구나 하는 느낌이 왠지 행복하게 했다. 가족을 깨워 샤워장으로 가라고
하고 나는 침구와 짐정리를 하고 아내는 어제 남은 밥과 반찬으로 아침 식사를
차렸다. 식사는 식탁보를 갖고 왔기 때문에 더블 침대에 마련하였다. 오늘
하루의 여행계획과 코스, 그리고 오늘 저녁 숙소를 지도에서 점검한 다음
식사를 마쳤다. 짐을 모두 차에 싣은 다음 지도를 갖고 오늘의 코스를 아내에게
설명했다. 지난 해 여행때에는 아내가 지도를 잘 볼줄 몰라 무척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제법 정확히 보아주기 때문에 길을 잘못 들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동경의 그랜드 캐년
시장을 보기 위하여 월마트에 들렀다. 오늘은 얼음과 과일, 쥬스,우유만
사기로 하고 간단히 마친 다음 주유소에 들러 가스를 넣었다. 서부에 와 가스를
주입하자니 정말 가격이 비싸 항상 망설여진다. 그러나 지난해 다녀온
이상훈경감의 조언에 따라 시간적 여유만 있으면 항상 가스를 가득 채웠다.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에 가스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담을
들었었다.
코르테즈(인구 7300명, 해발 6198 피트)는 주변 목장지역(특히 Four
Corners Region)의 상거래 중심지이며 최근에는 석유탐사와 관광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코르테즈를 조금 벗어나니 '사막이구나'고 쉽게 느낄 만큼 땅위에 풀은
거의 없고 쑥관목만 뒤덮여 있다. 도로변 동쪽에 우뚝 솟은 산의 모습은
사막위에 세워진 탑과도 같이 거의 수직으로 서있었다. 주변의 지형 자체가
사암층으로 침식된 평원은 사막이 되고 상대적으로 단단했던 부위만 남아 그런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도를 보니 유테산 인디언 보호구역(Ute
Mountain Indian Reservation)이라고 한다. 아무리 인디언이라고 하지만 '이
사막지역에 어떻게 살수 있을까?'하고 오히려 내가 걱정이 앞선다. 들은
이야기이지만 최근에 인디언의 젊은이들이 장래에 대한 꿈을 잃고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너무 척박한 생활환경 조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변에 산은 별로 없고 사막기후에 쑥관목만 자란 곳을 자동차로
달리는데도 '못 쓸 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San Juan River라고 하나 물은
거의 없고 고속도로로 올라서니 'Four Corners Monument'라는 거리 표시판과
함께 일순간에 3개 주를 달리는 행운(?)을 갖었다. 그 곳이 바로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아리조나 등 4개주의 경계선이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도로변에는 띠엄 띠엄 학교버스가 정차해 설수 있는 곳이 노폭을 확대하여
설치되어 있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이곳에 아이들 학교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궁금했는데 학교버스 정차장을 보니 대략 짐작이 갈 것 같다. 학교 규모야
어차피 크지 않겠지만 통학거리는 버스로도 멀어 애를 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가옥하나 볼 수 없고 사람 하나 볼 수 없던 운전이
아리조나로 들어서면서 Teec Nos Pos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 왔다.
주변에 크지 않은 나무이지만 집주변에 식재되어 있는 것이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공존의식을 갖게 하였다. 대수롭지 않던 나무들이 그렇게 소중할줄은
몰랐다.
Red Mesa는 우뚝 솟은 산의 그 붉은 빛이 태양에 그늘지어 검붉게
보였다. 아이들은 용변을 보고 싶다고 성화이나 주변에 Rest Area가 없어
사막의 갈라 터진 땅위에 실례하기로 하였다. 우유와 쥬스로 목을 축인 다음
다시 정떨어지는 사막길을 다시 달렸다. Grand Canyon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길은 바빴다. 아침에 사둔 우유와 쥬스로도 오전을 견디기 어려울만큼 갈증이
심했다. 길은 Tuba City에서 89번 고속도로를 만났다. 89번 고속도로는
Flagstaff에서 I-17로 변하여 아리조나의 주도인 Phoenix로 향한다. Tuba
City는 인구 7300명 되는 도시로 인디안 지도자 '호피'의 이름을 따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자연 용출수가 있어 주변 인디안들의 중심도시가 되면서
아울러 1875년에는 유타주 솔트레이크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던 몰몬교도들이
교회를 짖기 위한 바위를 얻기 위해 도시가 계획되고 정착되었다고 한다. Tuba
City에서 그랜드 캐년으로 갈라지는 카메론(Cameron)까지는 직선의 사막길로서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갈증과 더위를 더했다. 사막의 중간 중간에는 가옥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어떻게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랜드 캐년 쪽으로 60번
도로로 접어드니 길은 굴곡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약간의 생명의 기운을
느끼지기 시작했다. 왼쪽 멀리에는 Gray Mountain이 앞에 다가서고
오른쪽으로는 Little Corolado River를 끼고 큰 Gorge가 형성되어 있었다.
용변도 볼 겸하여 드러 보니 인디안들이 그들의 도자기, 목걸이 등 수공예품을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Gorge는 넓은 사막의 대지를 가르면서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Gorge를 지나니 제법 풀과 나무들이 자란 그랜드 캐년 입구가 다가섰다.
공원 표시판 앞에는 백인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차를 멈추고
'증명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아직 웅대한 캐년의 모습을 보지를 못하였지만
이름만 들어도 설레인다고 아이들은 좋아 했다. 공원 안의 수목은 그렇게
우거진 편은 아니나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일부 고사된 나무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오르락 내리락 산비탈 길을 따라가다 보니 Desert View에
달하였다. 태양은 뜨겁고 주변의 나무는 크지 않아 그늘이 마땅하지 않았다.
우리는 Watchtower에 올라 캐년을 보기로 하였다. Watchtower는 1932년에
Fred Harvey와 Santa Fe Railroad에 의하여 만들어졌는데 당시 설계는 Mary
Elizabeth Jane Colter가 맡았었다고 한다. 이는 그랜드 캐년에 대한 전망대의
기능과 관광객에 대한 휴게소의 기능을 위하여 만들어졌는데 아울러 내부
벽화와 구조는 미국 인디안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안내판에 "Watchtower는 어는 인디안 건물을
복원하거나 복사한 것이 아니라 미국 서남부 지역에 흩어진 색다른 선사시대의
탑을 재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아마도 예술가의 자존심일까?
Mary Colter는 벽돌을 손수 수집하여 탑을 만들었다 하니 그가 이에 쏟은
정열을 짐작하게 하였다. 탑은 비슷한 규격의 사암벽돌로 쌓아 올린 것이 마치
우리나라 경주의 첨성대를 연상하게 한다. 탑의 창을 통해 보이는 그랜드
캐년은 웅장하면서도 태양빛에 이글이글 타는 듯 붉은 빛을 띠었다. 탑은
나선형으로 내면에서 정상으로 오르게 되어 있는데 벽면은 Mesa Verde에서 본
것과 같이 어두컴컴했으나 천장과 벽면 둘레에는 인디안의 전설과 관련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4층까지 올라 간 다음 2층으로 내려와 그와
연결된 발코니에 올라서 캐년을 관찰하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이 순간 우리
가족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제가 찍어 드릴까요?"라는 뜻밖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캘리포니아에 산다는 교포이었다. 20년전에 이곳으로
이민해 와서 산다고 한다. 정말 반가웠다. 가족들이 함께 휴가를 온 것 같았다.
자녀는 두 남매이었고 중고등학생이었다. 우리는 뜻밖의 만남을 뒤로 하면서
타워를 내려왔다. 1층 기념품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벼 헤집고 나오기가
어려울 정도이었다. '경비를 최대한 절약해야한다'는 위안을 안고 타워 밖으로
나섰다. 6월의 태야은 그리 뜨겁지는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캐년의 위용은
우리를 뜨겁게 하였다. 주변의 나무들은 생육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마땅한 자리를 찾아 보았지만 그늘진 곳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조금 참고 가다가 찾아 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공원내
나무는 크지 않고 작았으며 밀집되지 않아 시원한 그늘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Moran Point로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캐년관광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관광보다도 점심식사를 할 마땅한 곳이 없는지가 더 관심거리이었다. 가족들은
시간적으로나 주변의 기후가 건조한 탓인지 다소 피로해 보였다. 따라서 식사를
하지 않고 이동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처는 다소 주저하였으나 '미국인들이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어느 곳에서든 먹는 것이나 우리가 밥을 먹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예의에 벗어 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차내에서 에어콘을 키고 먹기로 하였다. 입맛은 다소 깔깔하였지만
시장한 탓으로 모두 맛있게 먹었다. 물은 아침결에 시장볼 때 사두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간단히 캐년을 보고 아쉬운 마음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섰다.
Grandview Point에 이르니 타원형으로 된 주차장은 꽉 차 있었고
관광들은 다소 큰 나무 그는 밑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간이식 화장실에서 용변을 마친 다음 캐년의 절벽 앞으로 다가 섰다. 멀리
보이는 북쪽 Rim은 깍아지른 듯 붉은 빛을 드리우고 있었고 좌우로 보이는
캐년의 위용은 곧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을 줄만큼 수직 절벽이었다. 어린 시절
먹어 보았던 무지개 떡이 다시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누가 이를 만들었다고 할
것인가? 대자연 앞에 느끼는 인간의 왜소함은 캐년 밑으로 trail하면서 더욱
절실했다. 우리 가족은 '그랜드 캐년까지 와서 트레일을 하지 않는다면
되겠냐?'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 4.3마일 트레일 코스에 들어 섰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5 가족 모두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니 가장으로서 이 보다 더
고마운 일이 있을까? 4.3마일은 무리이지만 적당한 거리까지 가다가 되돌아
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물통이 없어 스프라이트 두 병을 내 벨트백에 넣고
절벽을 휘감고 나있는 좁은 길을 내리섰다. 조금만 옆눈질해도 가마득히 보이는
절벽 밑은 다리를 떨리게 하였다. 몇 몇 미국인들은 우리의 행장을 보고 우려를
표시했다. '1마일 정도 내려 갔다가 되돌아 올 것'이라고 그들을 위로(?)하면서
내려서는 길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 올라 오는 가족에게
물으니 자기들은 아침 일찍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아울러 1마일 마다 트레일에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붉은 색 경고 간판이
있다고 이야기도 해주었다. 우리는 물도 없고 하니 1마일만 내려가자고 하고
계속 내려갔다. 이는 올라서 가는 등산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등산은 보이지
않는 정상에 대한 동경과 휴식이 우리를 맞지만 캐년의 트레일은 밑을
내려다보는 두려움과 싸워야 하고 되돌아 설 때는 '과연 내가 저 절벽을 다시
올라 설 수 있을까?'하는 부담을 안고 해야 하는 점이 크게 달랐다. 처는 숨이
가쁘다고 먼저 되돌아 섰으나 아이들은 더 내려 가자고 야단이다. 1마일까지만
가기로 가파른 돌모퉁이 길을 계속 내려 갔다. 아이들은 목이 마르다고
음료수를 요구했으나 "참으라"고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최대한
비축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1마일 지점에 이르고 보니 캐년의 두 계곡이 그
산허리에서 갈라 지는 곳으로 양켠에 퇴적층의 윤곽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고
계곡 바람이 만만치 않게 불어 서늘함마저 느끼게 하였다.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자니 필림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스프라이트 한 캔을 갖고 4명이 조금씩
목을 축이고 길을 되돌아 섰다. 되돌아 서면서 트레일 길을 살펴보니 등성이를
타고 콜로라도 강쪽을 향해 쭉 뻗어 있었다. 경고 안내문에 의하면 캐년 밑은
갑짜기 기온이 떨어지는 등 기온 변화가 심하므로 이에 대비해야한다고 쓰여
있었다. 근환이 먼저 서둘러 올라가 일찍 되돌아 선 처를 보살피기로 하고
근희와 근영이는 구슬땀을 흘렸다. 공부들 하느라고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생각 보다는 잘들 걸었다. 절벽의 3분의 1쯤 남겨 놓고 스프라이트가 모두
떨어졌으나 참고 계속 절벽을 올라 서기로 하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Grandview Point의 정상에 올라 섰다. 처는 이미 정상에 올라 와 있었다고
웃으면서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권하였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모두
건강하니......
우선 먼저 아이맥스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상영시간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유소에 들러 길을 물으니 다음 상영시간이 5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중요한 정보를 일깨워 주면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 서둘러 도착하니
거의 마지막 매표가 되고 있었다. 카드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처가 갖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하고 영화관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
앞자리만 남아 있었다. 대강 중앙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맥스 영화는
40분정도 지속되었는데 그랜드 캐년의 역사와 자연 상태에 대한 것이었는데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도 63빌딩이나 대전엑스포기간 중에 보았기 때문에
신기함은 덜했다. 영화관을 나서니 미국인 특유의 상술이 엿보였다. 방금 보고
나온 영화의 비디오 테이프와 음악 테이프를 복사하여 싼 값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영상의 강한 인상과 음악의 경쾌한 리듬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기법은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출출한
입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돈을 쓰게 하는 모습은 미국의 경제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짐작하게 한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살고 있는 통산산업부 김용근과장은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유럽과 비교하여 '하층문화'라고 부르지만 경제적 현실에
있어서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일게다. 우리도
간단히 치킨과 코크를 먹기로 하고 줄을 섰다. 어디를 가나 줄을 서는
미국인들의 모습. 처음에는 불편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이다. 이런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일을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Tusayan에서 되돌아 Grand Canyon Village로 향하였다.
공원입구에서 Golden Pass의 고마움을 다시 느끼고 공원으로 들어서니 다소
산림이 우거져 보였다. 이곳은 공원과 맞닿아 있는 Kaibab National Forest라고
한다. 지난 봄방학 때 Mammoth Cave를 들어 서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초봄
앙상한 나무 가지 사이로 야생 칠면조를 보았었다. 그러나 이곳은 그 곳만큼
생태계가 풍부해 보이지 않았다. Grand Canyon Village의 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은 숲이 우거지고 웅장한 거목이 많았다. Observation Station은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캐년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석양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캐년의 모습은 정말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 곳에는 기념품점이 같이
있었다. 가족 모두가 무엇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야 하겠다고 하면서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한국말로 되어 있는 그랜드캐년 비디도 테이프를 사기로
하였다. 포인트를 나서니 캐년을 따라 숙박촌이 몰려 있는 쪽으로 트레일
코스가 있었으나 가족 모두가 지쳐 그냥 차를 타고 보기로 하였다. Kolb
Studio에 이르니 West Rim을 관광버스로 볼 수 있는 승차장이 있었다.
우리는 철길을 지나 Maswik Lodge and Cafeteria옆에 주차를 하고 철길을
건너 Bright Angel Lodge 옆으로 하여 캐년으로 가보았다. 석양에 그림자를
길게 느리띠운 모습이 하루가 저물어감을 일깨워 주었다. 그곳은 Bright Angel
Trail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피곤한 몸은 왠지 더 이상의 관광이나 트레일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랜드캐년에 대해 가졌던 동경심과 아쉬움을 한 장의
카메라에 담고 그랜드 캐년을 뒤로 하였다. Williams로 향하는 길은 사막에서
볼 수 있었던 쑥관목과 작은 선인장이 눈에 띠었다. Grand Canyon & Williams
KOA에 이르러 사무실에 들렀다. 개인이 운영하는 코아라서 그런지 시설이
다른 것보다 나아 보였다. 캐빈을 배정받아 가보니 옆 캐빈에 숙박하는 사람이
지난 번 Estes Park KOA에서 만났던 한국인이었다. 그는 다음 숙소를
예약하느라 전화기 앞에서 바빴다. 뿐만 아니라 라스베가스의 숙소를 40불
정도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귀가
번하였다. 나도 기존에 예약되어 있는 Comfort Inn을 취소하고 Cancellation
Number를 받은 다음, TourBook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Lady Luck Hotel로
변경하였다. 바깥 공기는 매우 찼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10시까지 스파와
수영을 한 다음 샤워를 하고 잠에 떨어졌다.
1998년 6월 13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조깅을 하려고 일어나니 기온이 매우 쌀쌀했다. 이것이 사막의
기후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소와 같이 준비운동을 한 다음, SR
64로 나섰다.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고 군데 군데 전기불빛만 멀리 보였다.
주변의 대지는 완전한 사막식물은 아니지만 그러한 종류의 식물이 뒤덮고
있었다. 동녘은 핏빛으로 물들고 대지는 하루의 삶을 위해 기지개를 키는
듯했다. 주유소 옆을 지나 조그만 상가건물까지 뛰어보았다. 그러나 발걸음은
무거웠다. 아마도 로키산맥을 지나면서 누적된 피로일 것이다. 주변에 상록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공기도 상쾌하지는 않았다. 단지 아리조나의 땅위을 뛰고
있다는 느낌이 남달랐다. 그것은 그동안 살아오는 삶속에서 아리조나라는
지명이 나에게 주었던 어떤 동경심과도 같았다. 아마도 그런 정서가 이 나이
먹도록 유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나에게 불어 넣어준가 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많이 달라졌다. 세 아이의 아비일뿐만 아니라 외관적으로는
흰 머리가 생겨나고 사회적으로는 군수까지 역임한 책임이 무겁다. 마냥 비판만
하여도 부담없던 나이가 아니라 이제는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책임 범위내에서
주도적으로 개혁을 선도해나가야 한다. 흐르지 아니하고 고인 물은 썩듯이
관리자로서 항상 주시하고 분석하여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보탬이
되어야 하는 나이이다. 아마도 나를 이곳에 공부하라고 보낸 국가의 목적도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배워서 나라에 기여하라는데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을
생각해 보면 최선을 다 한 것같다. 욕심으로야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능력 범위내에서는 후회없이 살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KOA에
다달았다. 평소와 같이 샤워장으로 가니 아무도 없었으나 너무 날씨가 추워
옷을 벗기가 싫었다. 따뜻한 물이 피부에 닫는 순간 생각이 달랐지만...
캐빈으로 돌아 가니 가족들 아직 잠에 묻혀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랜드
캐년이라는 유명한 이름 앞에 가족 모두가 관광에 혼신의 힘을 다했었다. 그
만큼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인에게 갖는 비중이 컸다. 미국을 모르거나 미국과
다른 것은 열등한 것이라는 상념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물에
장단점이 있건만...
아침 식사를 어제 해두었던 밥과 준비해온 밑반찬으로 대충 마친 다음,
출발을 서둘렀다.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조금만 늑장 부리다 보면 자동차 여행은 그저 끝없이 펼쳐지는 도로만 달리다
마는 꼴이 된다. 오늘의 일정은 후버댐을 보고 라스베가스에 숙박하는 것이다.
정말 지겹도록 넓은 나라이다. 서부쪽으로 오고 보니 못 쓸 땅도 많지만...
그랜드 캐년/ 윌리암스 코아를 떠나 후버댐으로 가는 길은 아리조나의
사막을 맛볼 수 있었다. 곳곳에 선인장이 널려 있었고 이글거리는 태양볕은
사막에 반사되어 갈증을 더했고 흩날리는 흙먼지는 어떻게들 살까 괜한
걱정마저 일어나게 했다.
1998년 6월 14일 일요일, 맑음
라스베가스에서 샌디애고까지.
1998년 6월 15일 월요일, 흐리고 비
샌디애고 씨월드 (Sea World)에서의 새로운 경험
1998년 6월 16일 화요일, 흐리고 맑음
샌디애고 야생동물원 (Wild Animal Park )에서
1998년 6월 17일 수요일, 맑음
멕시코 티후아나, 샌디애고항과 카브리오 국가기념물 (Cablio National
Monument), 그리고 로스앤제러스로 향하다.
1998년 6월 18일 목요일, 맑음
유니버설 스튜디오 (Universal Studio)에서 추억의 영화를 회상하면서 마냥
즐거워
1998년 6월 19일 금요일, 맑음
느즈막하게 NBC 방송국, 할리우드 (Hollywood), 롱비치 (Long Beach)에서
태평양의 물속을 걷다. 끝없이 펼쳐지 저 수평선 넘어로 조국을 기리며, 비록
IMF로 시름을 앓고 있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나리라는 의지를 다지면서 가족과
함께 하다.
1998년 6월 20일 토요일, 맑음
"저희들은요, 디즈니랜드라는 말을 항상 머리속에 그리워했거든요"라고
해맑게 웃어대는 아이들을 싣고 디즈니랜드로 가다. 마지막 퍼레이드에서
뮤란이란 가장행렬을 보면서 문명의 조류에 짐작할 수 있었고 밤 12시 드넓은
주차장에서 서울에 계신 어른들게 인사드리고 잠시 사진을 찍다. 우리들의
추억은 영원하리라고 고집하면서......
1998년 6월 21일 일요일, 맑음
뼈아픈 추억을 간직한 한인타운에서 트렁크 가득히 음식물을 재충전하고
순두부 백반을 맛있게..... 자, 이제 요세미티로 가자. 그러나 그만 우리가족의
행복을 시샘내는 자동차 사고.... 요세미티를 못가고 차우칠라 (Chowchilla)에서
사고의 악몽을 되새기며 하루밤을....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가족 아무도
다치지는 않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막막한 심정,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새기며 용기를 다졌다. '이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도 4남매를
키워 내셨는데 이까짓일로 좌절해서야'라는 심정으로 속마음을 다지다.
렌트카에 LA에서 샀던 음식물을 옮겨 실은 것이 밤 11시.... 아이들은 근희에게
멕도날드에서 빵 좀 사먹이라고 했는데 잘 했는지, 제대로 잠들은 자는지...
자식걱정이 앞서는 것이 이제야 부모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아. 숙소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잠이 들었는데 그래도 우리 근희가 걱정하고 문을 따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나는 그 때까지 세수조차 못하여 얼굴에는 흙먼지로
뒤범벅이 되었고... 처는 온전치 못한 몸으로 남편 따뜻한 밥 먹인다고 뒤늦은
취사를 하고
1998년 6월 22일, 월요일, 맑음
보험회사의 문제를 존(John)의 도움으로 잘 해결하고... 보험회사의
제프(Jeff)는 친절하게도 차량 임차와 함께 나머지 일정의 여행을 예정대로
하도록 승인해주다. 존의 아이디어이지만....... 또한 존의 권유로 요세미티로
향하다. 가족 모두가 근심이었지만 나는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기에
안간 힘을 쏟고.... 요세미티에 접어들어 개울가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자니
가족들의 기분은 풀어지고 다시 즐거워들 했다. '괜찮다, 애들아. 너희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렴. 이 애비가 어떻게 해결해 보면 될 것이다.'라는 심정으로
긴긴 요세미티 계곡길을 올라가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요세미티는
명산이었다.
길옆에 자리를 깔고 수박을 먹다. 푸짐하게. 이것은 LA에서 가져 온
것인데... 아이들은 마냥 맛있게 먹어댔다. 이것을 찾느라고 그 늦은 밤 존의
소개로 토우회사에 찾아가 마구 일르러진 차안에서 물품을 꺼내 옮겨 실었던
처와 나는 그 수박이 의미하는 바을 알지만...... 애들아 괜찮다. 즐겁게
지내려무나.
1998년 6월 23일 화요일, 맑음
요세미티를 다시 한번 보다. 어제 보지 못했던 1000년 묵었다는 세쿠아이어
나무를 보면... 요세미티 폭포에도 올라가 보고......
요세미티를 보고 다시 머세드(Merced)로 되돌아 오는 길은 석양에 너무
눈이 부시었지만, 발걸음만은 정말 무거웠다. 이제 최종적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이곳에서 되돌아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존에게 전화하니 보험회사에서는 그날까지도 오지 않았다고 하면서
여행계획대로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오라 하는데..... 또한 어디에서 장거리 렌트를
해야 좋을지 판단은 않서고..... 산호세(San Hose)에 있는 특허청 송재기
과장에게 자문을 구하다. 대략 렌트카에 관한 지식을 익히고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부영사로 계신 김숙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걱정하실 것 같아
전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 처지가 급하고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선배님으로부터 위로와 함께 '걱정하지 말고 샌프란시스코로 오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 숨통이 트는 것 같았다.
1999년 6월 24일 수요일, 맑은 후 흐리고 안개
"샌프란시스코로 오세요."라고 아시아나 항공의 TV선전물을 보고 미국에
와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라서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로 간다는 말에 모두
함성을 질렀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에서 허기진 배를 포식하고.....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Golden Bridge)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족들, 정말
즐거워들 했다. 숙소는 그로부터 1시간 거리의 페탈루마 (Petaluma)에 있는
KOA로 정하였기 때문에 서둘러 북쪽으로 향하였다. 그곳 KOA는 오래되어서
그런지 San Diego의 KOA만큼이나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숙소를 다소 멀게
잡았던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숙소비가 LA이와는 달리 1일 $80 내지 $90할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었다.
1998년 6월 25일 목요일, 맑음
6.25이다. 이 좋은 계절에 전쟁을 치렀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2차 대전후 저마다 발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우리는 전쟁을
치렀구나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이제는 다시는 그래지 말아야 할테데....{{서부여행을 마치고
}}
김숙 부영사님을 만나 헐츠 (Herltz Rent Car)에 차량을 예약하고 유명한
한국식당 갈비집에서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는 샌프란시스코항으로 가 금문교 밑까지 다녀오는 배을 타다.
배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 시가지의 모습은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샌프란시스코 시가지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니 처가 한가지
문제제기를 하였다. 내일 렌트카 2대을 끌고 처와 내가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머세드(Merced)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머세드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모데스토(Modesto)에서 렌트를 하는 방안을 알아보면 어떠냐 하는
의견이었다. 차량 두 대를 연이어 이동한다는 것이 지리를 잘알고 있는
경우에도 힘든 일인데, 처나 나나 생면부지인 이곳에서 약 100마일 정도를
이동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헐츠사에
전화하여 나의 입장을 설명하고 취소가 가능한지와 머세드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모데스토(Modesto)에서 렌트가격은 어떤지 알고 싶다고 하였더니
다행스럽게도 더 저렴한 가격에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천우신조라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가 보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금문교로 올라와 해맑은 모습의 금문교를 보면서 거닐어 보았다. 아니
글쎄, 저 멀리 다가오고 있는 화물선이 한진이라고 크게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가족 모두는 큰 함성을 지르면서 교량의 한가운데도 숨차게
달렸다. 이 얼마나 보고 싶었던 배인가? 모두들 IMF라고 시름을 앓고 있는데
저렇게 화물선이 샌프란시스코항을 빠져나가려고 힘차게 달려오고 있으니
우리의 기쁨은 가슴 벅찼다. 대한민국 만세, 한진 만세.... 화물선은 생각보다
빨랐다.
1998년 6월 26일 금요일, 맑음
새벽 일찍 여장을 꾸려 나섰다. 만일 샌프란시스코 출근길에 도로가
막힌다면 시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모든 짐을 옮겨 싣고 아이들 깨워
차에 옮겨 태우니 새벽 6시 반이나 되었다. 서둘러 KOA를 나서면서 13일간의
캘리포니아 여행에 작별을 고했다.
모데스토(Modesto)의 큰 슈퍼에 다다르니 10시쯤되었다. 아이들을 깨워
슈퍼화장실에 가서 간단한 세수만 하고 나오라고 하고는 처와 나는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과일과 간단한 식사거리를 장만했다. 공항 옆에 있다는 렌트카
회사를 다시 찾아 가기 위하여는 서둘어야만 했다.
공항에 도달하니 11시가 조금 지나는 시간이었다. 차는 포드 토러스
신형이었다. 트렁크는 구형보다 적어 짐을 옮겨 싣기가 어려웠지만 차만큼은
신형보다는 가볍고 운전감각도 좋았다.
이제 처와 나는 그곳으로부터 30분정도 떨어진 머세드(Merced)까지 2대의
차량으로 이동하여 존회사의 렌트카는 반납하고 그길을 되돌아 와야하는
일이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나는 한국영사관에 들렀을 때 지도를 복사해
두었고 아이들도 교육을 시켜두었었다. 근영이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근희와 근환이는 처의 차에 타고 보조하기로 하였다. 가족작전이었다. 내가
앞서고 처의 차가 뒤섰다. 지도는 주었지만 처는 길눈이 어둡기 때문에
내차량을 놓치기만 하면 아이들의 협조을 얻어 렌트회사로 찾아와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차량사고 후 처는 운전에 자신을 잃어 왠만하면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처와 내가 계속하여 붙어 간다는 것이 쉽지를 않았다. 중간에 자꾸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속도를 줄여 그 차량이 스스로
빠져 나가도록 하게 하였다. 머세드까지의 이동은 정말 손에 땀이 나는 가족
협동작전이었다. 우리는 무사히 해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새크라멘토(Secramento)로 향하였다.
중간에 도시공원을 찾아 오랜만에 점심을 마음 편히 먹자는 감회롭기마저
했다.
새크라멘도에서는 서부시대의 구시가지와 철도박물관,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청사를 보았다.
차를 돌려 또 하나의 도박도시 레노(Reno)로 향하였다.
1998년 6월 27일 토요일, 맑음
레노에서의 아침햇살은 너무 맑았다. 이제 되돌아가는 길이다고 말하니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했다. 다시금 우리를 도와 주었던 존아저씨께 감사하자고
말하고 슈퍼에 들러 먼 여행기에 먹을 수 있도록 치킨, 과일, 음료수들 샀다.
이제는 유명한 솔트레이크로 가면서 사막길을 또다시 달려야하고
록키산맥을 다시 넘어야 한다. 단단한 준비가 필요했다.
솔트레이크를 8마일 정도 앞두고 휴게소에 드렀다. 용변을 보고 나오니
사람들이 앑은 물속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여 우리도 가보았다. 말 그대로 그것
모두가 소금이었다. 작은 덩어리가 있기에 집어드니 소금바위이었다.
1998년 6월 28일 일요일, 맑음
솔트레이크에서 몰몬교의 성당을 한국인의 안내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고... 음악에서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는 태버너클(Tabernacle)에서 핀드롭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파이프오르간의 음을 들었다.
갈매기떼 나르는 솔트레이크를 뒤로하고 아이다호(Idaho)주에 접어드니
유타주와는 달리 산이 있고 수목이 자라나 우리의 기분을 다소나마 상쾌하게
하여 주었다.
아이다호주 아이다호 폴스(Idaho Falls)시에 들러 시장을 보았다.
옐로우스톤에서 숙박하면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 고기를 샀다.
1998년 6월 29일 월요일, 맑음
아침 일찍 옐로우스톤에 들어서니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무엇인가를
관찰하면서 즐거워들 하기에 보니 엘크라는 큰 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솓구치는 게이저.
옐로우스톤 호수변에 앉아 밥을 먹다.
1998년 6월 30일 화요일, 흐리고 때때로 비
옐로우스톤 상부(Upper Yellowstone)를 보고......
기념품점에 들러 소뿔을 사다.
코디에 투우가 유명하다고 하나 보지는 못하고 사진과 점원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떠나야 했던 아쉬움....
오늘 숙소로 정하였던 셀리던(Sheridan)은 아무래도 밤늦게나 도착할
것같아 글레이불(Greybull)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다. 그곳은 공룡의
유적이 많이 발견된 곳이라고 한다. 휴게소 옆에는 비행기박물관이 있어
모형비행기가 식사중에 하늘을 나르고.... 휴게소의 관리인인 듯한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 우리가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싱긋이 웃고 가다.
저녁식사 후 다시 고속도로로 나서니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셀캐년(Shell
Canyon)에서 빅혼 국가야생동물구역(Bighorn National Wilderness Area)까지
넘는 길은 가족모두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칠흙의 밤에 소나기는 가끔씩
쏟아지는데 지나는 차량마저 없어 서부영화에서 한 장면과도 같이 산적이 총을
들고 차를 곧 정지시킬 것만같았다.
긴장의 연속길에 길을 건너던 소떼를 만나 가까스로 사고를 면하고 오싹한
심정으로 I-90 고속도로를 찾으려고 하니 어두움속에 긴장만 되었다. 그
4시간은 4년 만큼이나 긴 시간이었다. 멀리 랜채스터(Ranchester)의 도시불빛을
발견하였을 때 가족모두가 하나같이 "살았다."고 외쳐댔다. 천둥번개불치는
빗속을 달려온 긴장순간에 인간의 불빛을 보니 삶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셀리던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 피곤한 몸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아침을
맞이 하였다.
1998년 7월 1일 수요일, 맑음
벌써 7월이 되고
아침 일찍 숙소 주변을 전과 같이 조깅하자니 발길이 무거워 2-3백 미터를
달리다가 되돌아 와 버리고 말았다. 이 나이에 아침 조깅마저 하지 않는다면 이
어려운 서부여행을 견디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여행중에도 매일 조깅을 그치지
않았다.
데빌스타워 국가기념물(Devils Tower National Monument)주변을
산책하면서 인종적으로 친근감이 가는 인디언의 얼을 되새겨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 인디언의 이야기는 관광거리일망정 현실은 아니라는 사실
자칫놀라면서 자신의 터전을 후세대대로 지켜나간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가슴에 와 닿고.... 조국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내 마음을 사로잡고..... 사진
속에 담고 싶은 일마저 카메라 밧데리가 나가 이룰 수가 없었다. 장거리
여행중에는 자동카메라인 경우 밧데리를 예비로 하나 갖고 갔어야 하는데 하는
교훈만 느끼면서 먼길 다시 재촉해야 했다.
래피드 씨티(Rapid City)의 KOA에 다달아 사무실에 들러 체크인을 하려니
가족 모두가 용변과 더위를 참지 못하고 차를 시동이 걸린채 차문을
닫아버리므로서 $40을 날리고....
저녁식사 후 큰 바위 얼굴이 있다하는 러쉬모아산 국가기념물 (Mt.
Rushmore National Memorial)이 있다는 곳으로 서둘렀다. 노천
극장(amphitheater)에서 영화가 있다고 해서 갔다. 어디를 가나 주차료를 내게
하는 미국인.... 선명하지 않은 화면에 큰 바위의 대통령들에 대한 업적을 미국
역사차원에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소낙비는 쏟아지고....
1998년 7월 2일 목요일, 맑음
큰 바위의 낮모습을 보기 위하여 다시 러쉬모아로 향하다. 인디언 추장의
얼굴을 비슷하게 새기어 놓은 곳이 있다고 하나 시간관계상 들르지는 못하고
커스터 주립공원(Custer State Park)를 넘는데 3개의 작은 터널을 지나는데
모두 큰바위의 얼굴이 터널을 통하여 보이도록 설계가 되어있었다. 길거리에서
야생 당나귀떼를 만나 함께 하고....
산길을 내려 오려니 아이들이 자기들이 처음에 미국학교에 들어가서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아품을 이야기 시작해 아비인 내가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어려움을 딛고 근희는 중학교 전교에서
1등을 했고 근영이와 근환이는 거의 A학점을 맞았으니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며 잘도 참아준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I-90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사우스 다코다(South Dakota)의
워스타(Wasta)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 들러 우선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뒤늦게
하였다. 꽃가루가 날려 식사하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가족 모두가 시장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관광안내소에 들러 주변
관광정보를 얻고 있자니 한국인인 듯한 한 분이 있어 물어보니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위스컨신 대학에 교환교수로 와서 있는 교수님이었다. 서로
짧은 상견례를 나누고 시간이 없어 가는 길을 재촉했다.
오늘의 숙소는 사우스다코다의 미첼(Mitchell)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이었다.
고속도로변에 있어 도시를 찾기에는 어렵지 않았으나 대형식료품점을 찾자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어 물어 찾아 간 곳은 농민들이 운영한다는 커다란
슈퍼이었다.
숙소에 첵크인을 하자니 어떤 사람이 숙소가 있는지 물어보니까 침대
하나인 방이 $75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예약한 침대 2인 방은 적어도
$85이상이 될 것인데 $55에 자게 되었으니 아마도 어림잡아 40%이상
할인혜택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여독을 풀고 처는 저녁식사준비를, 나는 잠자리와
내일의 여정을 점검하였다.
1998년 7월 3일 금요일, 비온 후 흐림
간밤에는 비가 많이 왔던지 대지가 흠뻑젖어 있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여행때에는 잘도 참아준 날씨가 이곳에 이르러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억수가 되어 쏟아 졌다.
어제 사둔 음식물로 요기를 하며 미네소타의 미네아 폴리스를 향했다.
고속도로변 휴게소에 들러 용변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려니 휴게소 시설이
잘되어 인상이 좋았다.
오늘은 우리아이들이 가고 싶어하였던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쇼핑몰 "Mall
of America"에 가는 길이었다. 사실 미네소타와 위스컨신을 여행코스로 잡은
것은 많은 행정학자들이 이곳 미네소타 대학을 나와 가보고 싶었던 곳이고
위스컨신 역시 한국에 잘 알려진 대학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 캠퍼스를
보여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애비의 심정을 아는지는 모르지만....
쇼핑몰은 4층 장방형으로 구조되어 유명상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으나 가격은 그렇게 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의 숙소는 40분정도 거슬러 내려와 레리크스빌(Lakesvill)이었다.
1998년 7월 4일 토요일, 흐리고 맑음
사실은 지난 해 블루밍턴에서 독립절 시가행진이 인상이 깊어 이를 보고
싶어 카운터에 물어 보아도 알지를 못하여 우선 미네소타대학의
조경공원(Minnesota Landscape Arboretum)을 보기로 하고 미네아폴리스
서편으로 향하였다. 투어 트램을 타기 위하여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여 아침에 사둔 치킨으로 요기를 하고 독립절 시가행진을 물어 보았더니
밤에 폭죽놀이를 한다는 뉴스는 보았는데 시가행진에 대한 정보는 모른다고
필요하다면 경찰에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신문에 난 전화번호을 가르쳐준다.
기대를 하고 전화를 해보았더니 그런 계획이 없다고 하여 여간 실망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오면서 알게된 일이지만 미네소타의 주청사가
세인트폴(St. Paul)에 있기 때문에 미네아폴리스에는 그런 경축계획이 없었던
것을 알 수 없었다.
조경공원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야생잡초를 군집시킨 장소에서는 그곳
엉겅퀴, 질경이, 쑥대등 한국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 같아 너무 놀랐다.
미네소타대학은 시가지에 산재되어 있어 블루밍턴에서 느끼는 캠퍼스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세인트폴에 있는 주청사를 돌아 보자니 독립절 행사를
보고 흩어지는 인파를 마주칠 수있었다.
미네소타에서 위스칸신주로 가는 고속도로변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과 너무도 비슷했다.
위스칸신의 주도 메디슨(Madison)은 숙소를 잡을 수가 없어 그로부터
1시간정도 북서쪽으로 떨어진 토마(Tomah)에 정했었다. 이제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피로가 밀려왔다.
1998년 7월 5일 일요일, 흐리고 때때로 비
마지막의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메디슨에 접어들었다. 메디슨의 거리
모습은 다른 미국도시와 비슷했으나 커다란 4개의 호수가 도시내에 있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위스컨신 주청사를 보고 위스컨신 대학에 이르니 멘도타(Mendota)호수
주변에 위치해 있어 아름다워 보였다. 대학의 캠퍼스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오늘 블루밍턴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멘도타 호수에 돌출된 피크닉 포인트에서
보고 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피크닉 포인트에서 가져온 마지막 필림으로
사진촬영을 마친 다음 숲속을 산책해 나오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보나 조깅을 즐기고 있었다.
주차장에 나와 보니 조금 멀리에 그늘이 있는 잔디 밭이 있어 점심식사를
했다. 바람은 세었지만 마지막 점심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했다.
메디슨을 떠나면서 위스컨신 대학의 아보레텀(Arboretum)을 차량으로
지나면서 스치는 눈빛으로 보았다. 도시에 이런 녹지 공간을 변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것도 대학 재산이기 때문에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많은 귀속재산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당년도 재정을
충당하느라 팔아버려 이제 공공사업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는
경우와는 대조적이었다. 지도자들의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실감할 수 있었다.
일리노이를 지나면서는 어버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대학이 생각났지만
가족 모두가 피곤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도로표지판을 가리키며 이곳이
일리노이 대학이 있는 곳이라고 일러주고 길을 재촉했다. I-74 고속도로를 타고
일리노이에서 인디애나로 접어드는 경계는 와바시 강(Wabash River)이 가르고
있었다. "야, 인디애나다"라는 가족의 함성과 함께 다리를 건너 인디애나로
접어들고 보니 지난 한달이 아련히 기억속에 추억으로 되살아 났다.
I -74 고속도로상의 크로포드스빌(Crawfordsville)에서 231번 주고속도로로
접어드니 날은 어둑해지면서 빗발이 떨기 시작했다. 서부여행을 시작하던
날처럼..... 아이들은 다시 서부로 여행을 떠나자고 못내 아쉬움을 나타냈다.
블루밍턴에 이르고 보니 밤9시 가까이 되었지만 크로거에 들러 우유와
필요한 음식물을 사고 버거킹에 들어 햄버거를 먹은 다음 멀고 먼 서부여행을
마무리하였다. 모두들 지나고 나면 아쉬워하는 것이 일상스러운 일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서부여행은 내 평생 잊지 못하고 길이 길이 간직하고 싶기만
하다.
서부여! 안녕. 내 인생의 여정속에 잊지 못할 여행,
가족이 모두 함께 하였던 시간, 수 많았던 이야기거리를
안겨준 추억. 모두를 가슴깊이 간직한 채 인생의 후반을
향해 머리를 든다.